나라 망신 바가지 콜밴, 지하로 숨어 여전히 영업
[사건추적] 외국인 상대 폭리 챙긴 20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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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기사입력 2013/03/06 08:55
6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 택시승강장. 검은색 점퍼를 입은 안내요원들이 승객들의 택시 승하차를 분주히 돕고 있었다. 중앙일보가 콜밴의 불법영업 실태를 보도[2012년 2월 13일자 18면] 한 이후 인천공항에선 택시와 대형택시·콜밴 등을 차량 종류와 행선지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찬드라의 피해 사례처럼 ‘불법 콜밴’의 영업 행태는 더 교묘해지고 은밀해졌다.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서울시 등이 단속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인천공항 앞에서만 사라졌을 뿐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인천공항의 ‘불법 콜밴’은 지상 차량 대기장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영업장소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종로·인사동 등지에서도 여전히 콜밴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남산 케이블카 탑승장 앞에는 콜밴 대신 검은색 인터내셔널 택시(외국인 전용)가 줄지어 있었다. 3년째 이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모(57)씨는 “일반 택시들의 영업이 뜸한 밤에는 콜밴들이 나타난다”며 “콜밴 불법영업이 아직 뿌리 뽑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외국인 관광객을 노리고 대형택시로 위장해 불법 영업을 한 콜밴 운전자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콜밴 운전자 백모(45)씨 등 20명은 인천국제공항 및 서울 명동·남대문·동대문 등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골라 호객행위를 했다. 외국인에게 대형 점보택시처럼 보이려고 화물차인 콜밴 차량에 갓등과 미터기를 부착했다. 백씨 등은 차량 내에 미터기를 설치해 기본요금을 4500원(1㎞ 운행)으로 정하고 30m 운행에 요금이 900~1350원씩 오르도록 조작했다. 164m 운행에 200원을 받는 모범택시보다 5배 이상 비쌌다. 중국에서 온 오모(34)씨는 최근 서울 명동에서 이런 콜밴 차량을 일반 택시로 착각하고 탔다가 동대문까지 이동하는 데 9만6000원을 내야 했다. 싱가포르에서 입국한 능챙위(55)는 서울 서부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면서 26만원의 요금을 지불했다. 일반 택시보다 많게는 10배나 비싼 요금이다. 이들이 “요금이 비싸다”고 항의하면 콜밴 운전자들은 도리어 화를 내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겁을 줬다고 한다. 콜밴 불법영업 운전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영수증에 나오는 차량 번호와 사업자 번호, 휴대전화 번호도 위조했다. 서울 동대문 쇼핑몰 근처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미야자와 아키(20)는 “한국에 오기 전 한국 친구가 택시를 잘못 타면 바가지를 쓴다고 얘기했다. 특히 큰 택시(콜밴)는 타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콜밴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은 너무 약하다.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더라도 운행정지 60일 또는 과징금 60만원에 그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불법영업을 하는 콜밴을 235건 단속했다”며 “2011년(98건)보다 두 배 넘게 늘었지만 단속 이후 각 자치구의 행정처분이 대부분 과징금 부과에 그치고 있어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윤호진·손국희·정종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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